요즘 가방에 종이 노트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기록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종이 노트 또는 디지털 노트를 쓰는 것이다. 지금은 디지털 노트를 쓰는 것이 더 일반적인 방법이다. 그만큼 편의성이 높다. 휴대폰으로도 편하게 기록할 수 있고, 여러 기기 간의 동기화도 가능하다. 요즘은 AI를 활용하여 디지털 노트에서 더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졌다. 검색도 가능하고 수정 삭제도 가능하며, 기록할 수 있는 용량에도 제한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서점에 가보면 여전히 종이 노트를 많이 팔고 있다. 지금과 같은 때에도 종이 노트가 갖는 가치가 있는 걸까?
나는 종이 노트와 디지털 노트를 같이 사용하고 있다. 둘 다 각자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종이 노트를 쓰는 첫 번째 이유는 생각 정리에 좋다는 것이다. 많은 정보가 쉼 없이 우리의 뇌로 들어오고 있다. 갈수록 정보는 많아지고, 휴대폰에서 손가락 터치 몇 번으로 곧바로 그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온다. 그 와중에 내 생각의 중심을 지키는 것이 쉽지 않아지고 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정보의 강물 위에서 떠다니며 보내고 있다. '뭔가를 놓치고 있다'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이럴 때는 뭐라도 기록하는 것을 권한다. 디지털 기록도 좋지만, 종이와 펜으로 적어 보면 조금 더 조용하게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머릿속에서 반복되는 생각과 고민을 종이 위 글자라는 물리적인 형태로 정리해 보면, 내가 하던 고민이 생각보다 단순하게 정리될지도 모른다.
종이 노트를 쓰는 두 번째 이유는 그것이 뇌와 더 효과적으로 상호작용을 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손으로 펜을 잡고 종이에 쓸 때 느껴지는 촉감, 시각적으로 종이 위에 글자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뇌를 자극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렇게 종이와 펜을 활용해서 공부해 오지 않았는가? 내가 어떤 내용을 종이 노트의 몇 페이지의 어느 위치에 적었었는지 어렴풋이 뇌에 기록된다.
기록은 단순히 잊지 않기 위해서 하는 전화번호부 같은 것이 아니다. 기록하는 자체가 뇌에 무엇을 남기는가가 더 중요하다. 기록을 통해 뇌에 효과적으로 입력을 마쳤다면 사실상 그 기록은 버려도 무방하다. 결국 기록은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도구이다. 세상은 AI가 편리하게 떠먹여 주는 정보에 대해 칭찬하고 있지만, 이 정보가 정말 뇌에 잘 남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만하다.
종이 노트를 쓰는 세 번째 이유는 컴퓨터와 인터넷 자체가 방해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 휴대폰과 컴퓨터를 쓰는 동안에 그 기기들은 인터넷에 연결되어 있고, 계속해서 우리에게 알림을 보낸다. 알림을 가능한 줄이려고 애써도 여전히 불필요한 알림들이 계속 우리를 방해한다. 종이 노트를 통해 기록하는 동안에는 적어도 이러한 방해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게 된다.
요즘 회사 회의를 할 때를 보면 모두 컴퓨터를 가져와서 자기 앞에 펴놓는 것이 기본이다. 이 상태에서 그들이 회의에 제대로 집중하려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아마 많은 사람이 이메일, 메신저의 알림을 확인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를 보고 있을 것이다. 회의에서는 잠시 컴퓨터를 닫아 놓고 종이 노트를 펴놓고 있는 것은 어떨까?
디지털 노트는 분명 강력한 도구이지만, 종이 노트는 여전히 가방 속 한 자리를 차지할 만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